하루는 손자의 이름을 짓기 위해 50대 후반쯤 되어 보이는 아주머니가 제 사무실을 찾아오셨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아주머니의 얼굴에는 단호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고, 첫마디는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선생님, 우리 집은 대대로 기독교 집안입니다. 하나님만 믿으면 되지, 이름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저는 순간 가슴 한켠이 답답해졌습니다. 이름을 믿지 않는 분들이 오실 때면 마치 저를 시험하려는 듯한 태도가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상담 시작부터 제 마음은 편치 않았습니다.
아주머니는 조심스럽게 말씀을 이어갔습니다.
“저도 이름이 정말 운명과 관계가 있는지 확인해 보고 싶습니다. 제 아들 이름을 한번 감정해 주실 수 있나요?”
그 순간 저는 ‘이건 실력 테스트구나’ 하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 기분을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말씀드렸습니다. “아주머니, 지금 저를 시험하시려는 겁니까? 제 마음이 그리 편치 않습니다.”
그러자 아주머니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습니다. “선생님, 제가 너무 오래 하나님만 믿다 보니 다른 말씀은 귀담아듣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혹시라도 제 아들의 인생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다면, 오늘은 있는 그대로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저는 마음을 가다듬고 아드님의 이름을 분석했습니다. 결과는 생각보다 무거웠습니다. “아드님은 건강이 아주 좋지 못합니다. 인생에 큰 수술을 한 번 받아야 하고, 교통사고 또한 피하기 어렵습니다. 대학 진학도 순탄치 않아 재수, 삼수를 거듭해야 할 것입니다. 결혼 후에도 특별한 성취 없이 힘든 삶을 살아가실 가능성이 큽니다.”
제 말을 들은 아주머니는 한동안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리고 이내 눈가에 눈물이 맺히더니, 흐느끼며 말씀하셨습니다.
“선생님… 죄송합니다. 제가 그동안 남의 말을 듣지 않고 하나님만 믿으면 다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제 아들은요… 정말 선생님 말씀대로 살아왔습니다. 어릴 때부터 잦은 병치레로 병원 신세를 지며 살았고, 고등학교 때는 큰 수술을 받아 한동안 공부를 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대학 시험에도 실패했지요. 게다가 얼마 전에는 교통사고까지 당해 지금은 휠체어를 타고 다니고 있습니다.”
아주머니의 눈물 어린 고백은 제 말이 단순한 이론이나 예측이 아닌, 이미 현실이 되어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조용히 말씀드렸습니다.
“아주머니, 하나님만 믿으면 모든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말씀하시던 분이 왜 눈물을 흘리고 계십니까?”
아주머니는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으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부모라고 해서 단순히 자식을 낳는 것만으로 역할이 끝나는 게 아니군요. 자식이 잘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하는데, 그중에서도 이름이 이렇게 중요한 줄 정말 몰랐습니다. 저는 그저 신앙 하나만 붙잡고 살았는데, 결국 아이의 평생이 이름 속에 이미 새겨져 있었다는 걸 이제야 깨닫습니다.”
그 순간 저는 제 마음속 깊은 울림을 느꼈습니다.
사람들은 종종 이름을 미신처럼 취급하지만, 이름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이름은 소리이고 파동이며, 그 사람의 삶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보이지 않는 기운입니다.
아주머니는 눈물을 닦은 후 제 손을 꼭 잡으며 다짐하셨습니다.
“이제부터는 제가 교회에 나가면 임산부들에게 꼭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름을 아무렇게나 지어서는 안 된다고요. 그리고 반드시 선생님을 찾아뵙고 좋은 이름을 받아야 한다고 말하겠습니다. 제 아들처럼 평생 사고와 불운에 시달리는 아이들이 더는 생기지 않도록 말이지요.”
그 말은 단순한 약속이 아니라, 오랜 세월 하나님만 의지하던 신앙인으로서 삶의 전환을 의미하는 다짐처럼 들렸습니다.
이 일을 통해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이름은 단순한 호칭이 아닙니다. 그것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을 때까지, 평생을 따라다니는 운명의 파동입니다. 그 안에 담긴 오행의 조화와 음양의 균형은 개인의 건강, 학업, 결혼, 사회적 성공까지 깊게 관여합니다.
아무리 신앙이 깊어도, 아무리 의지가 강해도, 이름의 기운이 올바르지 않으면 삶은 끝없는 고통과 불운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올바른 이름은 한 사람의 삶을 빛나게 하는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그 아주머니의 눈물은 제게도 커다란 교훈을 남겼습니다. 작명은 단순히 글자를 조합하는 일이 아니라, 부모가 자식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며, 평생의 울타리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깊이 새기게 되었습니다.
이름은 곧 삶입니다.
그리고 부모가 자식에게 줄 수 있는 첫 번째 책임이자 가장 큰 축복은 바로 좋은 이름입니다.
저는 오늘도 이름을 지을 때마다 이 두 번째 이야기를 떠올립니다. 평생 사고만 당하는 이름으로 힘겹게 살아야 했던 그 아들의 삶이, 더는 반복되지 않기를 기도하면서 말입니다.
(저작권 : 한국좋은이름연구소 성민경 이름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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