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 이후 친구들과 재미삼아 본 타로카페, 사주풀이, 이름풀이를 봤었습니다. 서로 다른 곳에서 봤었음에도 공교롭게 듣던 얘기는 결혼을 늦게 하거나 못한다, 혹은 하더라도 이혼한다, 이혼의 책임은 내 문제다.. 뭐 이런 얘기였습니다. 이름이 좋지 못하다 라는 얘기를 듣기도 했었고, 기분나쁠까봐 있는 그대로 말해줄수 없다라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어릴때부터 딱히 내 이름을 좋아하진 않았습니다. 어린시절 이름을 바꿔달라고 했었지만, 딸 귀한집에 첫손이 딸이었던지라 항렬자를 물려받은 탓에 할아버지께서는 단호하게 No... 제 뒤로 가운데 '규奎' 돌림 동생들만 줄줄이 있습니다. 규중, 규진, 규리, 규정, 규인, 규현, 규헌 등등등.. 사실 규헌 밑으로는 다 기억도 안납니다.

어린시절 제 별명은 규순을 빠르게 발음 하다보면 규순구순..하다보니 귀신이 되어버려, 어린시절 제 별명은 귀신이었습니다. 그 별명이 좋은건 아니었지만, 딱히 다른 별명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 학창시절은 임귀신이었습니다. 망자를 부르는 귀신이 제 별명이었어요. 규순이나 귀신이나 그게 그거지 싶었던것 같습니다.

중고등학교 시절에도 타 학교 친구들을 만날때는 나도 모르게 내 이름 대신 다른 이름을 둘러붙여 대곤 했던 기억이 납니다. 뭐라 둘러댔는지 지금은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만, 그냥 내 이름은 싫었던것 같습니다.

제가 만화나 드라마에 나오는것 처럼 드라마틱한 이름을 원하지는 않습니다. 한글이름? 누리? 나래? 뭐 이런 이름? 사실 저는 싫습니다. 개이름 같거든요. 어릴때나 이쁘지, 중장년 들어서 부를때는 이게 뭔가 싶기도 하구요..

전 말이 씨가 된다고 언령을 믿습니다. 백세인생이라는데, 아직 제 나이 만으로 33이고 아무리 가는데 순서 없다고 해도, 이론상 남은 시간도 적지 않다고 생각해요. 갓난쟁이일때 제 의지와 상관없이 받게 된 이름, 지금이라도 제의지로 고치고 앞으로는 좋은말이 씨가 되는 시간을 가지고 싶습니다.